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학교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국제학교의 종류, 분위기 그리고 선생님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아이를 데리고 이주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지인들이나 먼저 나가있었던 직장 동료의 조언으로 학교를 선택한다. 주재원을 준비하고 있던 부모님들은 미리 자녀의 영어 교육을 준비했기에 국제 학교 입학이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갑자기 발령이 나서 급히 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웨이팅 리스트가 반년이 넘는다거나 혹은 영어에 흥미가 없는 자녀의 경우 테스트에 탈락해 입학이 거부되어 다른 학교를 급하게 알아봐야 하는 케이스를 적지 않게 봤다.
사우디의 학교 종류
International School이라고 해서 다 같은 국제 학교가 아니다. IB 학교, British School 등이 아니라, 누가 운영하는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수히 많은 국제학교 중 대부분은 사우디인이 운영하는 학교다. 국제학교 인가를 받은 학교이지만 사우디 교육청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이 학교에서는 외국인이 교장이 될 수 없으므로 사우디아라비안 교장이 있고 그 아래 교장 자격증을 가진 외국인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반면, 외국인이 학교를 소유하고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대사관 소속 자녀들을 위한 학교이다.) 사우디 교육청의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학교 운영지침이 전혀 다르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 외국인이 소유한 국제 학교로 보내려는 경우가 많다. 두 학교가 사우디 교육청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아니다로 가장 큰 차이와 더불어 다른 점을 얘기해 보겠다.
학생 국적분포
학생들의 국적 분포가 가장 큰 다른점일 것이다. 사우디인이 운영하는 학교는 사우디 및 아랍 학생이 많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70프로 이상이 기본이고 몇몇 학교는 95프로가 넘어가는 곳도 있다. 한 반에 우리 아이가 혼자 외국인일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어떤 도시에 위치해 있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랍출신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소유 국제학교는 대사관 소속 자녀들을 시작으로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회사에서 100프로 지원되는 회사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사우디인들도 무리해서 아이들을 국제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학비가 가장 비싼 외국인이 운영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국적 및 평가
사우디에서 2년전부터 비전 2030에 맞춰 체육, 미술, IT 같은 과목에서는 무조건 사우디아라비아인만 고용할 것을 지시했다. 그전 필리핀, 이집트, 주변 아랍국가 출신의 선생님들이 많이 재계약이 되지 않고 사우디인으로 대체되었으며, 현재는 사회, 과학 같은 주요 과목들도 대체되는 추세이다. 반면 외국인이 소유한 국제학교의 경우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서양권 출신 외국인 선생님들이 많다. 선생님들의 레벨이 다르다는 얘기가 있는데 교사로서 취업비자를 받을 때 출신 국가의 교사자격증을 소유한 선생님들만 비자발급이 가능하므로 선생님의 레벨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몇몇 사우디인 국제학교는 운영방식이 달라서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선생님들의 지원도 미비한 경우가 많다. 또한 외국인 소유 국제학교의 경우는 선생님들에게 제공하는 집 즉 컴파운드가 최상의 조건이다. 그래서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무조건 부부 교사를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슬림 수업과 아랍어 필수
사우디인 국제학교는 아랍어 수업이 필수이다. 그리고 Islamic 이라는 종교수업이 일주일에 1~2회씩 들어가 있다. 무슬림이 아닌 학생들은 이 시간에 따로 모아서 아랍의 문화에 대해서 가르치는 학교도 있고 독서시간 및 자유시간으로 대체하는 학교등 학교마다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 간의 경쟁
아무래도 사우디출신 학생들이 많은 학교는 경쟁이 그리 심하지 않다. 학교 분위기 자체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기보다는 그냥 친구 만나 학교 생활을 즐겁게 보내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인으로서 선행까지도 아니고 수업을 열심히만 따라가는 아이라면 누구나 모범생이 될 수 있다.
어떤 국제학교를 보내야 하나요?
학교 추천해 주세요 라는 질문을 많이 보고 듣는다. 간혹 당연히 이 학교를 가야 한다 조언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그' 학교에 못 들어간 아이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봤다.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수준차이가 물론 중요하지만, 사우디인이 운영하는 국제학교에도 많은 한국인 아이들이 다니고 있으며 적응도 잘하고 우수한 성적을 받으며 잘 다니고 있다. 사우디 문화에 대해 더 잘 배우고 현지인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가족들도 봤으며, 고등학교 졸업 후 사우디 친구와 같이 유럽으로 대학 진학을 한 학생도 보았다. 심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아이의 성향에 맞게 또 아이를 믿고 보내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