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외국으로 이주를 하고나서부터 시작된 스시와 김밥전쟁. 우리 아이는 김밥을 점심으로 싸가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I love sushi, too!라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이건 스시가 아니라 김밥이라며 그 둘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학기가 끝날 때까지 김밥을 스시라고 부르는 친구들에게 짜증을 내곤 했다.
스시(sushi) 소리 그만 듣고 싶어..
"그냥 관심이 없어 그런 거야, 그런 걸로 감정 상해할 필요 없어"라고 다독이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음식인데.. 나도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느 날 맘 잡고 김밥을 말기로 재료를 준비하다 갑자기 친구들하고 김밥을 같이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싶어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 이후로 일 년에 한 번씩 우리 집에선 친구들을 초대해 김밥 만들기를 하게 되었다. 같이 김밥 파티를 한 아이들은 일단, 김밥 전문가가 된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맛있게 잘 먹었으며, 집에 가서 엄마한테 김밥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한다며, 나 때문에 자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농담반 원망반 후기를 듣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스페인, 미국, 중국, 인도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과 함께 했었고, 재료를 골라 밥 위에 올려놓는 것을 제일 재미있어한다. 가끔 가르쳐주지 않아도, 말자마자 김밥 통째로 손에 쥐고 뜯어먹는 아이들을 보면 사람은 다 똑같구나 싶다.
김밥과 스시의 다른 점, 어떻게 설명할까?
먼저, 아이들에게 김밥과 스시 뭐가 같을까? 물어본다. 김과 밥이 들어가 있고, 롤모양이며 맛있다! 이런 대답이 대부분이다. 다른 점에 대한 질문에는 거의 대답을 못한다. 나는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너무 길면 지루해질 수 있고, 애들이 도망갈까 봐 걱정이 되어서이다. 딱 세 가지만 짚어주는데 첫째, 김밥은 코리안 음식이다. 둘째, 스시밥에는 식초와 설탕이 김밥 밥에는 소금과 참기름이 들어간다. 셋째, 스시는 해산물이 주를 이루고, 김밥은 내가 좋아하는 거 다~~~ 넣을 수 있다. 외국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해산물을 못 먹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걸 굳이 한번 더 강조하는 편이다. 뭐 이밖에도, 스시는 밥의 양이 한입에 들어갈정도로, 사람이 손으로 모양을 만들어낸다는 차이점. 김밥은 김으로 모든걸 싸지만, 스시는 그반대이다. 스시는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먹지만, 김밥은 그 자체만으로 맛있다 등등 많지만 간단한 게 최고다.
아이들과 김밥파티를 열어보자! 김밥 만들기 과정과 소개 팁
재료는 먼저 준비를 해둔다. 김밥 안에 넣을 재료는 많다. 거기다가 입맛이 제각각인 아이들에게, 김밥이 "이렇게나 특별하고 맛있다"라고 느꼈으면 하는 내 욕심에 최대한 많이 준비해 둔다. 일반적인 재료인 계란, 단무지, 어묵, 볶은 당근, 시금치, 오이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 스팸, 치즈 그리고 불고기까지 준비한다. 처음 준비된 재료들을 싹 보여주면서 하나씩 맛보게 한다. 자기 플레이트에 하나씩 가져가며 물어보기도 하고, 맛을 보며 자기들끼리 이게 젤 맛있다, 저것도 꼭 먹어봐라~ 이건 이상하다 하며 신나 한다. 그리고선 내 김밥에 넣을 재료를 고른다. 그리고 나면, 밥을 가져와서 일단 일반 밥을 먹어보라 한다. 그리고선 밥에 참기름, 소금, 참깨를 넣어 섞으며, 아까 스시와 다른 점이 뭐라 했지? 하고 물어본다. 이번엔 다들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리고 조미되고 윤기 좌르르 한 밥을 먹어보라고 조금씩 또 나눠준다. 훨씬 맛있어졌다며 참기름의 매력에 빠진다. 그다음부터는 우리가 모두 아는 과정이다. 김발 위에 김을 올리고, 밥을 잘 펴서 내가 고른 재료를 올린다. 이렇게 아름답게 끝나면 너무 좋겠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혼란의 시간이 펼쳐진다. 손가락에 붙은 밥이 안 떨어진다고 짜증 내는 아이, 내용물을 너무 많이 올려 안 닫히는 아이, 밥도 내용물도 너무 적어서 김이 남아돌아 안 붙는 아이, 만드는 거 모르겠고 그냥 계속 주워 먹는 아이... 등등. 이때는 어쩔 수 없다. 재빠르게 도와 완성시키고, 썰어서 플레이트에 올려 먹으라고 내보내는 수밖에. 모든게 끝나면 엄마, 아빠한테 먹어보라고 하고 싶다며 남은 김밥, 재료를 싸가지고 가고 싶어 하는 아이가 꼭 있다. 너무 사랑스럽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 이후로는 김발을 선물로 하나씩 쥐어준다. 과연 해 먹을까 싶지만, 김밥은 기억하겠지.
어른들도 좋아하는 김밥, 재료 추천!!
- 어묵. 왜인지 모르겠지만 간장과 아가베시럽을 넣어 졸이다가, 마지막 올리브오일에 살짝 볶은 어묵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다들, 처음 들어보고, 처음 먹어봤다는데 맛있어한다.
- 불고기. 불고기는 이미 먹어본 사람도 많아서인지, 가장 익숙해하며 불고기 김밥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늘 제일 먼저 떨어지는 재료이다.
- 시금치. 시금치나물을 만들 때 한국인 느낌으로 간 마늘을 팍팍 넣고 싶지만, 마늘맛에 너무 놀랠까 봐 갈릭 파우더만 톡톡 넣는 편이다.
- 계란 지단. 다들 오믈렛이라고 부르길래, 얇게 만들기보단 계란과 소금에 우유 조금 넣어 통통하게 부친다.
- 오이는 그냥 쌩 오이를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중동 쪽 사람들은 절인 오이를 싫어한다. 아마 스낵이나 밥을 먹을 때도 늘 생오이를 먹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 마지막 추천, 친한 친구 중 하나는 이제 김밥 마스터가 되어 직접 김밥을 점심으로 싸가는데, 생 쪽파도 좋은 재료라며 꼭 넣어 먹어보길 추천한다.